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5회는 김사부(한석규 분)가 본명을 숨겨왔던 이유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시청자의 호기심은 안쓰러움을 넘어서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김사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김사부를 더욱 알고 싶어지는 마음이 커진다.
◇ 의학과 사랑의 드라마를 철학과 정의의 드라마로 바꿀 수 있다
“출세 만능의 시대, 출세를 위해서라면 양심도 생명도 이해타산에 밀려버리는 시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타인의 희생조차 정당화해 버리는 사람들, 힘이 없다는 이유로 힘이 있다는 자들에게 찍히고 싶지 않아서 반쯤 눈 감은 채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의 비겁한 결속력이 기득권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군림하고 있었으니...”
제5회의 제목은 ‘상대적 원칙주의’이다. 상대주의도 아니고 원칙주의도 아닌, 상대적 원칙주의?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대를 정의하는 유연석의 내레이션을 듣지 않고도, 회차에 붙은 제목을 모르고도, 시청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드라마이다.
그러나, 시대에 대한 정의와 회차의 제목을 염두에 두면 의학과 사랑의 드라마는 철학과 정의의 드라마로 바뀌게 된다.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선택은 시청자의 몫이다.
◇ 각자의 입장 차이를 모두 들려주고 선택은 시청자에게
김사부가 부용주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태도를 바꾼 강동주(유연석 분)을 보며 간판과 스펙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은 개인의 입장이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을 모두 들려주고 선택은 시청자에게 맡긴다.
보통 의학 드라마는 발병 또는 사고 후 환자를 치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의사들의 그런 면을 꼬집기도 한다. 그런데, 김사부는 그 이전에 환자의 병을 줄여주려고 한다는 점을 부각한다. 의사의 입장, 환자의 입장, 두 입장차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새로운 입장과 시야를 가감 없이 시청자에게 던진다.
또한 이 드라마는 사고의 경우 사고를 당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고를 낸 사람의 입장도 귀 기울여 듣는다. 시청자에게 주입하여 강요하기보다는 다 전달하고 선택하게 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계속 사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노골적이고 제1차원적인 강요로 역풍을 자극하기보다는, 무척 유연한 태도를 취하면서 결국 원하는 대로 시청자를 끌고 가는 것으로 보인다. 제4회에서 김사부는 강동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될 놈인지 안 될 놈인지를 반복해 언급했다. 이런 톤은 이번 회에도 이어져 반복이 주는 힘을 발휘하는데, 시청자는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 항상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은 진경과 임원희
‘낭만닥터 김사부’의 등장인물을 유심히 살펴보면 의사를 서브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석규, 강동주, 윤서정이 갈등하거나 질주할 때 원칙을 지키고 조율하는 사람은 진경과 임원희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눈 감지 않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더 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 앞에서는 웬만한 말은 조심하는데 일반적일 수 있다. 그 이유는 드라마 초반 유연석의 내레이션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김사부, 강동주, 윤서정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장기태와 오명심을 뺀다면 이 드라마는 정말 많은 빈자리가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이 제일 앞에서 하이라이트 되지는 않지만 진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태와 오명심이 없다면 김사부, 강동주, 윤서정이 제대로 빛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장기태와 오명심을 독특한 캐릭터로 설정한 것은 그들의 역할을 고려할 때 좋은 선택으로 생각된다. 평범한 사람으로 비쳤다면, 의사들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상황에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태와 오명심은 힘 있는 자들에게 찍힐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한 정답을 보여준다고 드라마가 확인해주지는 않는다.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실제 사회에서 하이라이트 되지 않는 것처럼 드라마에서도 아직까지는 하이라이트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기대감에 장기태와 오명심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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