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7회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삶을 감싸고 있는 불안 요소를 전달한다. 돌담병원의 기존 멤버들과 거대병원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의 대립은, 만화 같은 구도로 펼쳐져 경쟁의 흥미를 높인다.
◇ 무한 경쟁의 시대, 만화 같은 구도로 펼쳐진 경쟁 상황
“무한 경쟁의 시대. 먹거나 먹히거나 밟거나 밟히거나의 싸움. 상대를 이기는 것이 곧 자존심이라고 믿는 사람들. 그것이 정답이라고 부추기는 세상. 누군가를 이기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지는 순간 낙오자가 된다는 두려움이 사람들을 점점 더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게 하고 있었으니...”
무한 경쟁의 시대이기에 첨예한 대립 구조가 드라마에서 가장 날카롭게 부각될 수 있는데, ‘낭만닥터 김사부’는 만화에서의 배틀처럼 긍정적인 경쟁구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큐멘터리나 뉴스가 아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영화, 드라마에서는 경쟁구도의 수준을 현실보다 높이거나 낮춰, 또는 다른 측면으로 조명해 시청자들이 너무 큰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게 조절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 ‘써니’, ‘스물’에서는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었던 결투 장면을 인상적인 음악과 함께 슬로모션으로 표현해, 코믹한 뮤직비디오를 잠깐 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무한 경쟁의 시대라는 무시무시한 내레이션을 깔고 시작했기 때문에, 돌담병원과 거대병원의 대립에서 대립 자체에만 관객들이 집중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주도권 싸움에서 만화적 경쟁 구도를 선택함으로써 그 안에 있는 개인이 각각 빛나게 만들었다는 점은 돋보인다. 이는 새로 등장하는 조연들이 집단의 일원으로서만이 아닌 개인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역할도 했다.
유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시청자들은 재미있게 느낄 상황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다. 시청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심각한 수준의 갈등이 아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정도로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위 조절이 너무 크게 들어갈 경우 희화화했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수위가 너무 세게 들어갈 경우 이전에 흐르던 감정선의 흐름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긴 호흡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에서 무척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 회상신을 통해 표현된 동주의 갈등과 고뇌
강동주(유연석 분) 마음의 갈등과 고뇌는 주로 회상을 통해 표현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확인 및 각인의 역할을 한다. 동주의 회상을 통한 장면의 반복은 그 장면뿐만 아니라 그 장면 전후 시퀀스가 가졌던 정서와 흐름을 소환하는 기능도 한다.
회상의 장면은 현재를 표현할 때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그냥 바라보던 관객들도 회상신이 들어가면 더욱 감정이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회상신은 현재의 감정선에 점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와 이전에 쌓아온 감정선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영화에서는 자주 선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본방을 사수한다고 볼 때, 드라마는 방송되는 시간이 회마다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짧은 회상신은 이전 회차의 방송과 연결한다는 효과도 있고, 상대적으로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에 다시 현재신으로 돌아왔을 때 감정을 추스르기가 더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런 특징을 잘 활용하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심정지(arrest)와 심폐소생술(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장면이 거의 매회 나온다. 병원의 응급실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관객에 따라 특정 장면이 너무 자주 나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응급실이 아니더라도 밤에 한 번씩은 CPR을 위해 가까운 의사선생님을 찾는 방송이 나오는 것을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매회 나오고 실제 병원에서도 매일 발생하기 때문에 제3자가 볼 때는 반복되는 일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와 당사자 주변에게는 무척 중요한 골든타임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CPR 장면이 나올 때 같이 긴장하는 것은 공감해 몰입한 관객의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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