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치석’(감독 염지희)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30)

발행일자 | 2017.02.06 17:39

염지희 감독의 ‘치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화는 치과에서 벌어지는 치정 응징극이다. 그런데, 응징 자체보다는 왜 응징을 해야 하는지 찾아가는 과정, 확인하는 과정이 이목을 집중한다.

치과 치료를 받을 때 본의 아니게 입을 벌리며 일정한 표정을 지어야 하고 다른 표정을 짓는데 제약이 있는 것처럼, ‘치석’은 환자로 병원을 찾아간 희수(임선우 분)의 제한되면서도 절제된 표정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교차돼 감정이입하기, 나와 관객은 알고 상대방은 모르기

희수의 남편(김대기 분)은 미선(연예지 분)과 몰래 만나고 있다. 치과에서 미선이 희수의 치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스킨십이 이뤄져야 한다. 희수가 미선에게 치석 치료를 받는 과정과 동작은, 희수의 상상 속에서 미선과 남편의 밀회 과정과 동작으로 교차돼 보인다.

‘치석’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석’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과의 희수는 침실의 미선이 되고, 치과의 미선은 침실의 남편이 되는 것이다. 희수의 입장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은 교차편집된 장면에서 분노와 야릇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감정이입된 정도에 따라 그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희수는 미선이 어떻게 친절한지 직접 보고 미선의 입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희수에 감정이입된 관객은 더 많이 알아내야 한다고 초조할 수도 있고, 제3자적 입장이거나 미선에 감정이입된 관객은 저렇게 다 말하면 안 되는데 하는 우려를 하면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감독은 치과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치석 치료라는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내면 심리와 치정을 엮는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줬다. 미선은 희수의 입술이 건조하다면서 크림을 발라주는데, 상황의 건조함을 표현하면서 희수의 매력이 건조하다는 것을 중의적으로 표현하는 점도 눈에 띈다.

‘치석’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석’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미선의 마무리와 희수의 마무리

치석 치료를 마무리하겠다는 미선과 치과에 찾아온 목적을 마무리하려는 희수의 갈등은 대화를 통해 점점 쌓아지다가 어떻게 보면 코믹한 상황으로 긴장을 해소하기도 한다.

긴장과 몰입도 반복될 경우 피로감을 줄 수 있는데, 영화의 여운 속에 피로감이 남아있지 않도록 톤을 조율한 감독의 선택이 돋보인다. 찬반의 논란은 영화를 관람하는 도중으로 최대한 마무리하고, 여운은 행동에 대한 여운보다 영화적 여운을 주려고 한 점은 흥미롭다.

◇ 예쁘지 않게 나올 수도 있는 카메라 각도를 소화한 임선우

임선우는 치과 치료대에 누워 촬영했고, 카메라는 제3자의 시각 또는 미선의 시선을 취했기 때문에 얼굴이 예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했다, 또한 고화질 초근접 촬영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수도 있다.

‘치석’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치석’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남편의 표현대로 무뚝뚝한 희수 캐릭터의 특성상 표정 변화를 드러나게 줄 수도 없으며, 치석 치료 과정 또한 표정 변화에 제한을 주기 때문에 내면을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역할을 임선우는 소화했다.

영화 시작시 임선우는 거울을 통해 상대방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는 표정, 자신이 미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표정은 관객들도 같이 멈칫하게 만들 수 있다.

서둘러 알고 싶은 마음과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도 내면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임선우의 표정 연기는 ‘치석’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감정을 쌓아가는데 도움을 줬다. 차분하면서도 강조할 때 힘이 있는 임선우의 목소리도 표정과 어울려 인상적이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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