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용 감독의 ‘2호선 신촌 그리고 담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화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2호선 신촌과 담배는 등장인물들의 동선과 대화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신촌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같은 2호선인 강남이다. 담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으려 한다. 술 마신 뒤 2호선을 타고 한 바퀴 이상을 돌다가 도달한 곳 역시 2호선 홍대이고,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여전히 담배 이야기를 하고 있다. ‘2호선 신촌 그리고 담배’는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큰 틀 안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 흑백 영화, 2인극의 연극을 옴니버스로 엮은 것 같은 영화
‘2호선 신촌 그리고 담배’는 흑백 영화이다. 흑백 영화이지만 4K 해상도로 촬영됐기에 선명함은, 예스럽기보다는 분위기 있음으로 느껴진다. 고해상도의 흑백 영상은 색감을 뺀 입체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전달한다.
영화에는 여러 명이 등장하지만 주로 2명의 대화로 이뤄진다. 또한 바의 내부와 외부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2호선 신촌 그리고 담배’는 2인극의 연극을 옴니버스로 엮은 것처럼 느껴진다.
행동으로 이뤄지는 사건보다 대화가 주를 이룬다는 점도 이런 느낌을 강화한다. 등장인물 사이에 갈등이 있지만 대화를 많이 한다는 것은 서로 소통하며 해결을 시도한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 초심을 잃은 커플
만날 때 신촌을 벗어나짐 못하는 커플은 담배 때문에 매번 다툰다, 자신이 변한 것은 생각 못하고 상대방이 변했다고 한다. 만날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행동은 초심을 잃은 커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남녀가 처음 만날 때 노력하지 않았는데 서로에게 우연히 어필했을 경우는 사실 매우 드물다. 예쁘게 보이려고 꾸몄고, 멋있게 보이려고 매너 있게 보이려고 했기에 상대방에게 어필됐다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이 노력했다는 사실을 잊는다. 시간이 지나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일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운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일상을 설렘 속에서 준비하며 노력했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오래된 연인들은 대부분 잊어버린다.
‘2호선 신촌 그리고 담배’를 관람한 후의 반응은 영화 속에서처럼 남녀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다른 반응을 보인다면 그 사람은 현재 자신의 소중한 이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초심을 지키기는 어떤 것이든 쉽지 않다. 특히 남녀가 사귈 때 더더욱 그렇다는 것을 ‘2호선 신촌 그리고 담배’는 알려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