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원 감독의 ‘애니마(ANIMA)’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고, 자신이 다가가는 사람에게는 밀어내기를 당하는 것처럼, 감정과 감성은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시간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런 시간 이상이 행복을 줄 때도 있다.
‘애니마’는 3D 애니메이션이 대세인 시대에 졸업 작품으로 2D 애니메이션을 고집하는 학생의 마음과 선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본연의 감성에 충실할 것인가, 시대적 트렌드를 따라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모든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에게 공통적으로 던져진 질문이다.
◇ 다가서기와 밀어내기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웬만한 사람들은 공감한다. 소통은 주고받는 것이고 양방향이고 서로 영향을 받는 상호작용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의사소통에 있어서는 이런 면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감정 소통, 감성 소통에 있어서는 이런 측면을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지 말라고 밀어내던 주인공은 다른 이성을 만나라고 밀어냄을 당한다. 영화 시작시 수업시에 늦은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오며 수업의 흐름을 끊는데, 서로 소통하지 않은 감정과 감성 또한 툭툭 끊어질 수 있다.
◇ 2D 애니메이션과 3D 애니메이션
‘애니마’에서의 주인공은 발레 장면을 계속 사진으로 찍는다. 수작업 2D 애니메이션을 위한 가이드 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실제로는 찍은 사진 자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인형의 작은 움직임 변화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찍어 연결해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 연결해 만들 수도 있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림을 그려 만들 수도 있다. 또한 3D 효과를 위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특정 장면 구현을 위해 그 프로젝트에 맞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다.
‘애니마’는 졸업 작품을 2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은 학생과 3D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준다. 2D 애니메이션은 애니적 감성이 살아있는 장르이며, 3D 애니메이션은 첨단 기술과 접목해 입체감이 부각된 장르이다. 3D 애니메이션과 극장에서 3D 안경을 쓰고 관람하는 3D 상영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애니마’의 주인공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1초에 12장 혹은 24장을 그린다고 말한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은 노동집약적 분야이다.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한 시퀀스를 위해 1년에서 1년 반을 매달리기도 한다.
실사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가 변경될 경우 기존 촬영분을 편집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시나리오가 변경될 경우 기존 제작분은 전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애니마’는 애니적 감성을 유지할 것인가, 트렌드를 쫓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런데 명확한 답을 이건 맞고 저건 틀렸다고 배타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너의 이름은...’처럼 2D와 3D가 융합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3D 애니메이션이 대세가 되면서 사라져가는 애니적 감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출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런데, 만화책으로 보던 만화의 자리에 동영상인 애니메이션이 차지하기 시작했을 때도 만화적 감성이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비율이 줄어들긴 했지만 만화책은 아직도 건재하며,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2D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많은 비율로 공존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실사영화로 촬영된 ‘애니마’를 보면서 이 영화를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긴다면 어떨까 가정해 본다. 애니적 감성에 대한 안타까움은 애니메이션보다 실사 영화에서 더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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