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혁 감독의 ‘2년 후 내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40분을 초과하기 때문에 중편영화로 굳이 분류할 수도 있고, 단편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는 작품이다. 시간을 거슬러온 태화(류기산 분)와 병진(김필 분)의 활극은 스토리와 장면에 긴장감을 준다.
◇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죽을 수 있을 것인가?
‘2년 후 내일’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애인인 남녀가 납치되는데, 여자를 밀어서 떨어뜨리면 자신이 살 수 있고, 여자를 살리려면 자신이 떨어져 죽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간단하게 생각하면 매우 간단하게 답할 수 있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고 급박해지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수 있다. 결정에 찬반이 엇갈릴 수 있는데 어떤 결정이든 인간 본성이라고 볼 수 있다.
SF 영화의 시작이 남녀의 사랑에 대한 시험이라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타임 루프의 한 에피소드라고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의 초반에 이런 에피소드를 넣은 것은, 앞으로 영화가 끌고 갈 거대한 이야기의 진정성과 간절함을 생각해보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시간 이동, 공간 이동
우리나라 관객들은 시간 이동, 공간 이동이 주는 판타지를 무척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 이동, 공간 이동 자체가 개연성이 없는 것이라고 간주하면 더 이상 감정의 진도가 나갈 수는 없지만, 시간 이동과 공간 이동을 영화적 환상 속에서 진실로 인정하면 무척 촘촘하고 탄탄한 시나리오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 이동과 공간 이동, 특히 시간 이동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나간 시간에 대해 아쉬워하며 애착을 가지고 있기에, 문화예술 장르에서의 시간 이동이 사용됐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는다, 과거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초심을 지키려는 마음이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2년 후 내일’은 예지몽이 알려준 경고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으나, 타임 루프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영화 후반부에 알 수 있다. 타임 루프는 시간 이동 중에서도 시간 이동이 루프처럼 반복되는 것을 뜻한다. 타임 루프의 경우 다양한 가정을 보여줘 공감을 쌓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단편영화라고 보기에는 짧지 않은 영화가 끝난 줄 알았는데, 이제 시작이다
‘2년 후 내일’은 영화 속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지금 벌어지는 행동들이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지속적으로 궁금하게 만든다. 엔딩 시간에 가까워지면서도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쌓아가는 면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2년 후 내일’은 영화의 끝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여운을 남기기 위한 영화적 트릭일 수도 있지만, 감독은 시리즈로 만들고 싶었던 이야기의 비기닝으로 ‘2년 후 내일’을 만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단편이나 중편으로 이어질지, 본격적인 장편영화로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작은 호기심과 작은 갈등은 ‘2년 후 내일’에서 대부분 해소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나리오의 개발과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장편으로 확장한다면 사건의 전개 속에 인물의 감정, 행동의 정서가 부각되면 몰입에 더욱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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