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미 감독의 ‘엄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태임(김금순 분)과 딸 효정(고보결 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엄마’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자신이 취직도 했으니 친구도 만나고 다니라는 딸의 말에 늙어서 친구는 다 돈이라고 대답하는 엄마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평범한 엄마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엄마의 병은 본인과 딸을 힘들게 만든다.

<‘엄마’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이 시대 착한 딸의 모범적인 모습

부모에게 효도하고 아픈 부모를 케어하는 모습보다는 부모에게 의존하고 속 썩이는 자식의 모습이 더 일반적이 되어가는 시대에, ‘엄마’의 효정은 정말 착한 딸의 모범이라고 볼 수 있다.

가족 중에 누가 아프면 그 사람을 위주로 가족은 돌아가는데, 부모가 아플 경우 사회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자식은 그런 경향을 따라가지 않으려는 추세에서, 효정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엄마’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강렬한 연기력을 발휘하는 김금순

‘엄마’에서 김금순은 정신병을 앓는 연기를 강렬하게 펼친다. 딸을 위험에 빠뜨리다가도 자신이 엄마라는 것을 자각하고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연기는 흡입력이 강하다.

내면이 충돌하는 상황과 자신의 뜻대로 제어되지 않는 생각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표정과 몸짓을 통해 표현한다. 실제로 저런 상황이라면 무척 힘들겠다는 것을 김금순은 관객들에게 깊숙이 전달한다.

<‘엄마’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억눌려있지만 감내해야 하는 마음을 표현한 고보결의 내면 연기

영화 시작시 석류를 사들고 걸어오는 고보결의 표정은 퇴근하는 직장인의 일반적인 표정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엄마가 정상적인 상태일 때 고보결은 그냥 착하고 이쁜 딸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밝은 표정을 짓는다.

엄마가 병이 있다는 것을 회피하지도 않으면서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고보결의 표정에 주목하게 되는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드러내는 연기는 오히려 쉬울 텐데, 엄마이기에 자신의 억울하고 답답한 억눌린 마음을 감내한다는 표정 연기는 무척 돋보인다.

<‘엄마’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치일 때와 업무로 바쁠 때 엄마의 전화가 와서 어쩔 줄 모르는 고보결의 표정은 딱 이 시대를 사는 직장인의 표정이기에 관객들의 공감과 응원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고보결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밝은 역을 소화했는데, ‘엄마’에서의 효정 역할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 가슴을 후벼파는 내면을 표출하는 역할에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다른 작품과는 다른 이미지를 고보결에게서 끌어낸 감독의 연출력도 ‘엄마’에서 주목된다.

<‘엄마’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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