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기허풍우’(감독 심요한)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52)

발행일자 | 2017.02.15 17:22

심요한 감독의 ‘기허풍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2022년의 미래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영화 초반 낯설게 하기를 통해 생소화 효과를 만든다.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한참 예전으로 느껴지는 영상의 톤에, 인서트 된 장면은 오류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이목을 집중한 뒤, 등장인물의 스틸사진을 통해 마치 영화사의 로고처럼 만든 시작은 시선을 끌며 호기심을 집중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블록버스터급 상업영화를 연상하게 만드는, 내레이션과 자막

“하고 싶은 게 정말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었을 뿐이다”라는 내레이션 뒤 이어지는 “평화통일합의 선언 후에도 남북은 여전히 대치 중이다. 특히, 평양은 내전이 일어나고, 도시는 봉쇄된다.”라는 자막은 ‘기허풍우’가 단편영화가 아닌 블록버스터급 상업영화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감독은 실제로 이런 소재로 장편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 내레이션과 자막 또한 일종의 낯설게 하기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은 ‘기허풍우’가 단편영화라는 것을 알고 영화관을 찾았을 것인데,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이벤트처럼 장편영화가 상영될 것이라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스토리보다 분위기와 뉘앙스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영화

‘기허풍우’는 겉으로 보기에는 사건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출 것만 같지만, 스토리보다 분위기와 뉘앙스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영화이다. 휘휘휙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과 순간 멈춤 장면, 스크린 속에 시간의 왜곡을 주면서 이미지적인 느낌을 강조해 전달한다.

자동차 정비센터에서의 시퀀스 또한 사건을 위주로 바라보면 빈 공간과 점핑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분위기와 뉘앙스로 바라보면 꽤 적절한 배치와 흐름이었다는 것을 직접 관람하면 느낄 수 있다.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휴대폰 충전은 2017년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서도 위협을 무릅쓸만한 무척 중요한 일이라는 점은 충분히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에피소드이다.

◇ 웃을 것인가? 진지하게 몰입할 것인가?

‘기허풍우’에서 결투 장면은 한 쪽은 코믹하고, 다른 한 쪽은 진지하기에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진지한 배경음악조차 코믹한 반전을 위한 포석이 아닐까 상상하게 만들 정도로 ‘기허풍우’는 새로운 코믹 코드를 생성하고 있다.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허풍우’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기허풍우’는 엔딩크레딧에 등장인물의 사진과 이름을 바로 연결해 보여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화 속에서 특별한 이름이 없는 등장인물들이 많았고, 엔딩크레딧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로 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슬라이드식 배치가 아닌 만화적 구역 분리를 선택했다는 점은 인상 깊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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