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김앤장’(감독 김영석)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67)

발행일자 | 2017.03.18 21:43

김영석 감독의 ‘김앤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김(김유동 분)은 모아둔 쿠폰으로 치킨을 먹기 위해 장(최준하 분)의 집으로 쳐들어가고, 반전에 반전이 이어진다.

‘김앤장’은 영화학도의 일상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는 시나리오 속 이야기의 관점으로도, 영화를 꿈꾸는 사람의 일상의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다. 뜬금없이 펼쳐지는 반전은,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이 튀어나오는지, 스토리의 점핑, 감정의 점핑을 감독과 작가가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든다.

‘김앤장’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김앤장’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영화 시나리오 속 이야기일 수도, 영화감독 지망생의 생활일 수도 있는 이야기

‘김앤장’은 두 가지 관점으로 영화를 모두 볼 수 있다. 감독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구현됐다고 볼 수도 있고, 그런 시나리오를 만드는 창작의 과정을 거치는 감독의 삶을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다.

‘김앤장’에서 술 마시고 뻗어있는 장은 아직 입봉하기 전의 감독이다. 장의 방에 있는 상자에는 ‘나의 보물’, ‘청소 도구’ 등 이름이 각각 적혀있다. 상자 안 내용물은 영화 속 반전을 위한 복선의 역할을 하는데, 어쩌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장의 상자 안 물건들은 누군가에게는 보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버려야 할 물건이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보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됐지만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김앤장’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김앤장’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수많은 아이디어 노트, 상황만 떠올라 써놓은 독립적인 신(Scene), 순간의 감정을 긁적여 놓은 글, 이 모든 것들은 시나리오를 완성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활용되는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자료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이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삶의 대부분의 모든 영역에서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 작은 반전의 연속

‘김앤장’에서 장은 인생은 반전이라고 말한다. 다시 연기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김은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를 하고 싶은 배우 지망생과 감독 지망생의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작은 소재와 사건으로 인해 반전이 계속 이뤄진다.

영화를 계속 혹은 다시 시작할지, 아니면 일상의 다른 삶을 살지에 대해 영화 지망생들이 갈등하고 선택하고 다시 재선택하는 과정 또한 커다란 계기보다는 작은 계기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김앤장’에서 웃음을 동반하는 반전의 연속은 쉽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무척 진지하게 여길 필요도 있다고 사료된다.

‘김앤장’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김앤장’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김앤장’은 치킨과 라이터에 큰 관심을 가진다. 라이터를 가지고 달아나는 고딩(마민희 분)을 김이 다시 만나는 장면은 어쩌면 개연성이 부족하고 너무 노골적인 복선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김앤장’이 시간을 충분히 할애한 장편영화였으면 충분히 개연성을 확보했을 수도 있다.

‘김앤장’의 관객은 성향에 따라 실제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영화가 구상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속적인 반전을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코너처럼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김앤장’을 장편영화로 확장해 생각한다면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소재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앤장’은 단편영화가 훨씬 더 많은 집중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면에서도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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