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JIMFF(3) ‘백년의 노래’ 제주의 정서와 인디뮤지션의 감성이 만나 감동으로

발행일자 | 2017.08.05 17:12

이상목 감독의 ‘백년의 노래(Song of a Hundred Year)’는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2017)’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섹션 상영작이다. 제주로 향한 인디뮤지션 단편선은 발전하면서 오히려 잊힌 장소를 찾아가 옛 노래를 부른다.

단편선은 선흘리에서 만난 90세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제주 근현대사의 얼개를 배우기도 하는데, 제주의 정서와 인디뮤지션의 감성이 만나서 만든 이야기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2004년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 시작한 12년차 인디뮤지션 단편선은 하고 싶은 음악이 많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영화에서 말한다. 제주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과 같이 한 시간들을 통해 그가 하고 싶은 음악 중 하나를 가치 있게 향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주도의 정서와 인디뮤지션의 감성을 함께 담은 작품

‘백년의 노래’는 ‘Chapter1. 만남’ 등 각 장으로 구성돼 있다. 웹 다큐멘터리를 연이어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각 장의 주제에 집중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음악을 실제로 들어본 사람은 단편선은 시끄러운 음악과 서정적인 음악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면에서 지르는 소리, 한에 서린 소리, 그 가운데에서도 감성을 빠뜨리지 않고 담아내는 음악을 단편선을 전달한다.

영화 앞부분을 건너 띄고 제주도 장면부터 보면 단편선은 제주도에 사는 아티스트처럼 보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아티스트와 연예인이 제주도에 가서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대표적인 관광지인데,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장소가 아닌, 애환을 모두 닮고 있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백년의 노래’는 알려준다.

‘백년의 노래’ 스틸사진.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백년의 노래’ 스틸사진.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 긴 머리의 단편선, 제주도 여자들과 만드는 음악적 케미

영화를 보면 단편선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참 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이 본인에게 하는 질문에 대해 빠르고 진지하게 대답하는 단편선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귀 기울인다. 음악으로만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도 대화를 무척 잘하는 것이다.

할머니들과 대화할 때는 마치 어릴 적 친구를 만났던 것처럼 친근하게 대화하는데,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드는 모습은 음악영화의 서정성 속에서 더욱 애잔하게 심장을 건드린다.

◇ 음악영화가 가진 힘, 영화를 통해 음악과 음악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들다

‘백년의 노래’에서 보면 단편선은 인디 뮤지션이라기보다는 독립영화 주연배우인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다. 이동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노후 대책 없다’에도 출연했던 단편선은 ‘백년의 노래’에서는 노래 잘하는 배우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니아층을 가진 단편선이지만 그의 음악이 가진 서정성을 일반 관객이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백년의 노래’는 음악영화가 가진 잠재적 위력을 실감 나게 전달하는데, 제주도에 대한 관심, 제주도 음악에 대한 관심, 단편선에 대한 관심, 인디뮤직에 대한 관심으로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무대에서 방방 뛰며 소리 지르는 단편선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달달함은 무대가 아닌 영화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 단편선 내부에 영화적 감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단편선과 제주 할머니의 케미를 영화적 감성으로 승화한 제작진의 능력이기도 하다. 단편선과 할머니가 지나간 길을 따라서 제주를 거닐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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