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결산] 자동차 전문가들이 평가한 올해 최고의 차는?

발행일자 | 2017.12.14 11:52
[2017 결산] 자동차 전문가들이 평가한 올해 최고의 차는?

2017년에도 수많은 신차가 국내 시장에 쏟아졌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올해 나온 신차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자동차 칼럼니스트 두 명과 자동차 담당 기자를 모시고 의견을 들어봤다.

임의택(RPM9 기자, 이하 임): 올해 국내에 선보인 차 중에 제일 돋보이거나 기억에 남는 차 세 대만 꼽아 달라.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박홍준(데일리카 기자, 이하 박): 기아 스팅어와 K5 GT, 푸조 3008을 꼽고 싶다. 기아에서 이런 차가 나올 거라고 기대조차 안 했는데 나온 차가 ‘스팅어’다. 시장 반응도 좋고. 실제로 타보고 놀랐다.

임: 북미와 유럽 올해의 차에도 오르면서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박: 비슷한 시기에 나온 제네시스 G70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G70은 럭셔리를 추구하고, 스팅어는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차이가 있다. 다만 정체불명의 ‘E’ 엠블럼은 아쉽다. ‘기아차가 엠블럼에 자신이 없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하 이): 기아차 엠블럼은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그룹 전체의 전략 차원에서 봐야 한다. 알려진 대로 기아차가 독자 엠블럼을 만들어 놓고 브랜딩하려다 캔슬(취소)되어서 이런 상황이 됐다.

[2017 결산] 자동차 전문가들이 평가한 올해 최고의 차는?

임: 푸조 3008은 국내외에서의 평가를 감안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릴 차 같은데.

박: 출시 초기 물량 이슈가 있긴 했다. 3008을 타보니 폭스바겐 티구안이 떠오르더라. 구성과 가격을 보면 티구안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임: 푸조의 라인업은 이제 어느 정도 갖춰진 모습이다. 과거 폭스바겐이 치고 올라간 것처럼 한불모터스가 할 수 있을까.

이: 결국 세일즈 네트워크의 힘이 승부를 가른다. 박동훈 사장 시절의 폭스바겐과 지금의 한불모터스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티구안이 대단한 마케팅으로 뜬 건 아니다. 고객들이 골프 사러 왔다가 그보다 돈을 약간 더 주고 티구안을 사는 일이 많았다. 반면에 푸조는 고객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부족한 거 같다. 딜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물량을 많이 확보하거나, 아니면 수입차업체가 그렇게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하 류): 동감한다. 한불모터스의 마케팅을 보면 ‘으쌰으쌰’하는 게 약하다. 딜러도 마찬가지다.

임: 폭스바겐 판매 중지 상태에서 한불모터스가 이득을 본 게 별로 없는 듯하다. 전체 판매에서 2008과 3008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나머지 차종 판매가 부진하다.

이: 폭스바겐 골프, 아우디 A3가 안 팔리는 상황에서 푸조가 들어갈 수 있는 가격 포지션을 보던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

류: 나는 세 대를 꼽으라면 제네시스 G70, 기아 스팅어, 쌍용 G4 렉스턴을 선택하겠다. 그 중에 차가 갖는 의미는 스팅어가 가장 큰 것 같다. 스팅어는 사고 싶은 사람만 살 거라는 얘기가 데뷔 직후 많았는데, 그렇다면 그 이후에 떨어지는 판매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이: 진성 고객들이 구입한 이후에는 일반인들도 사게 만들거나, 진성 고객층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서 보면 스팅어는 아우디 RS5 같은 차와 비교시승하는 모습도 자주 나온다. 국내에서도 이런 마케팅을 보여줘야 일반인들도 차를 사고 싶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런 마케팅이 보이지 않는다. 기아차가 그동안 디자인은 스포티했지만 성능은 따라주지 않았다. 이제 성능이 받쳐주는 차가 나왔으니, 그에 걸맞은 스포티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와 앞으로 나올 고성능 N 브랜드 사이에서 기아차가 브랜드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 파워가 있어서 계속 팔릴 거 같다.

[2017 결산] 자동차 전문가들이 평가한 올해 최고의 차는?

임: 쌍용 G4 렉스턴의 인기는 영업과 마케팅 덕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이: 실제로 쌍용차 영업조직 파워는 대단하다. 모 업체 영업교육을 할 때 강연 전에 미스터리 쇼핑을 간 적이 있었다. A사 영업소에 갔더니 영업사원이 아주 예의가 바르더라. 이후에 쌍용차 대리점에 가서 “A사의 B 모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영업사원이 “그 차 뒤 브레이크가 드럼인데, 잘 안 선다. 어떻게 탈거냐”고 도발적으로 말하더라. 이후 다시 A사 영업소에 브레이크 문제를 얘기했더니 당황해서 대답을 잘 못했다. 공격적인 쌍용차 영업사원에 비해 응대를 제대로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박: 예전에 최종식 사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우린 티볼리 목숨 걸고 판다’고 했다.

류: 티볼리는 퀄리티 자체가 높지 않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다 갖고 있다. 쌍용차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딱 그 높이의 차를 만든다. 그러니 쌍용차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 난 테슬라 P90D, G70, 그랜저 하이브리드 이렇게 세 차종을 꼽고 싶다. 어떻게 보면 올해는 국내 전기차의 원년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테슬라뿐 아니라 쉐보레 볼트 EV도 들어왔고 현대 아이오닉 EV가 제대로 팔린 것도 올해부터다. 미국은 전기차 시장이 성숙될 시간이 많았지만, 우리는 전기차가 갑자기 많아졌다. 전기차는 아직 제작자 위주의 시장이다. 우리 상황에서는 PHEV가 어울린다고 본다. 그런데 갑자기 ‘내연기관 vs 전기차’ 구도의 시장이 되어버렸다.

임: 테슬라 모델3는 인도 지연 문제가 있는 거 같다.

이: 그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아서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내년에 물량 인도가 지연되면 문제가 표면화될 거다. 제네시스의 경우 브랜드 론칭한 지 2년 됐다. 렉서스가 10년 걸린 모델 라인업을 제네시스는 6년 만에 완성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렉서스는 브랜드도 토요타와 분리해서 출범했는데 현대차는 아직 판매망이 분리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거다. 주위에 수입차 타는 이들에게 “기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 중에 뭐 살래?”하고 물어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 ‘제네시스 G70’이라고 답했다.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라고 인식하는 거다.

박: 스팅어의 경우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G70은 ‘고급차를 4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이유가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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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고급차를 사는 이들이 확실히 늘었다. 미니의 성공도 이런 이유다. 현대차 영업사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G70은 그랜저보다 비싼데 왜 차가 좁냐, 5000만원짜리 차인데 전동 트렁크가 왜 없냐”고 따진다고 하더라.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섞여서 팔리기 때문이다. 토요타 아발론이 차가 크다고 해서 렉서스 IS랑 비교하느냐. 그렇지 않다. 현대차는 G70을 개발할 때 BMW 3시리즈를 타깃으로 했다.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과연 그게 될까 싶었는데, 지금은 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G70은 현대기아차가 독자적으로 후륜구동차를 만든 여덟 번째 차다. 이 능력은 후륜 기반의 모노코크 SUV인 GV80가 나올 때 정확한 평가가 나올 거 같다.

임: 그랜저 판매가 압도적인 것도 눈에 띈다. 11월까지 12만3000대가 팔려 내수 판매 1위다.

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정말 의외였다. 11월에는 2302대가 팔렸더라(작년 동기 10배 수준). 차 좋고 연비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말 많이 팔리고 있다. 쏘나타 살 사람들도 많이 넘어 왔고, 디젤 고르던 이들도 많이 흡수했다.

류: 난 그런 상황을 보면서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140만대 시장에서 그랜저가 10만대 넘게 팔린다. 우리나라에서 큰 차가 이렇게 잘 팔리는 게 정상은 아니다.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랜저 또는 E클래스에 몰리는데, 나머지 차종 중에 잘 팔리는 차를 찾기 힘들다. 젊은 사람들이 차를 잘 안 사고 카셰어링 많이 이용한다. 시장이 붕괴되는 조짐이라고 볼 수 있다.

[2017 결산] 자동차 전문가들이 평가한 올해 최고의 차는?

임: 소형 SUV 열풍도 특이한 현상이었다. 어떻게 보면 SUV라고 하기 뭐한, 크로스오버카에 가까운 차들인데, 인기의 요인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류: 부의 양극화 영향도 크다는 생각이다. 적은 예산에서 더 많은 것을 주는 느낌이 드는 차가 소형 SUV다.

박: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가 모두 달려드는 시장이 바로 이 시장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이: 소형 SUV는 2018년에도 성장할 걸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의 자료를 보니 SUV A/B/C 세그먼트는 판매가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C/D 세그먼트 승용 시장은 가장 큰 축소가 예상된다. 세단을 타던 이들이 소형 SUV로 가는 흐름은 내년에도 지속될 걸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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