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택의 車車車] 30대를 위한 테일러드슈트, 제네시스 G70 2.0T

발행일자 | 2018.01.24 02:21
[임의택의 車車車] 30대를 위한 테일러드슈트, 제네시스 G70 2.0T

12년 전 월간 ‘모터트렌드’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해 9월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당신이 수입차를 산다면’이었다. 당시 수입차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30대에게 가장 인기 있던 차 3대를 한자리에 모아 테스트를 하고 그 중에 최고의 차를 꼽는 기획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차는 BMW 320i, 렉서스 IS250 그리고 폭스바겐 골프 GTI였다. 디젤차 열풍이 일어나기 전이라 모두 가솔린 모델들이었고, 4000~5000만원 대의 가격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차였다.


2008년 BMW를 시작으로 독일 업체들이 디젤 세단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디젤 세단 천하’가 됐던 이 시장은 ‘디젤 게이트’ 사건이 일어나면서 주도권이 다시 가솔린 모델로 넘어오고 있다.

[임의택의 車車車] 30대를 위한 테일러드슈트, 제네시스 G70 2.0T

바로 그 시점에 현대차가 제네시스 G70을 내놨다. 제네시스 브랜드로는 세 번째 작품인 이 차는 앞서 언급한 4000~5000만원대 수입차와 본격 경쟁하는 첫 번째 국산 럭셔리 모델이다.

G70은 지난해 9월 미디어 시승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시승차로 만난 3.3T(터보) 모델의 성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G70 라인업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2.0T다. 3.3T 비중이 더 큰 기아 스팅어와 구별되는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2.0T의 성능을 확인해볼 차례다.

2.0T AWD 19인치 휠 기준으로 G70은 스팅어보다 45㎏ 가볍고, 휠베이스는 70㎜ 짧다. 이러한 스펙 차이는 성능 차이로 이어진다. 스팅어의 경우 3.3T는 100점 만점이었고 2.0T는 살짝 모자란 느낌이었다. 반면에 G70 3.3T는 힘이 끓어 넘치고, 2.0T는 딱 적당한 수준이다.

[임의택의 車車車] 30대를 위한 테일러드슈트, 제네시스 G70 2.0T

최고출력(252마력, 스포츠 패키지 255마력)은 다소 높은 6200rpm에 설정돼 있지만, 최대토크 36.0㎏·m는 1400~4000rpm에서 나온다. 도심부터 고속도로까지 운전자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구간이다. 차체의 크기와 이 차의 주 운전자 층을 감안할 때 잘 어울리는 매칭이다.

가속 때의 엔진 사운드는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 게 살짝 아쉽지만, 귀를 즐겁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국산차의 성능이 이 정도로 올라왔다는 게 놀랍다.

이 가격대의 경쟁차인 메르세데스-벤츠 C200(4970~5570만원)의 경우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0.6㎏·m다. BMW 320i(4970만원)는 184마력 27.6㎏·m, 330i(5880만원)는 252마력, 35.7㎏·m의 성능을 지녔다.

[임의택의 車車車] 30대를 위한 테일러드슈트, 제네시스 G70 2.0T

제원만 보면 BMW 330i 정도가 G70 2.0T의 라이벌이고 나머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후륜구동만 있는 경쟁차처럼 G70 2.0T 2WD를 고르고 여기에 풀 옵션을 갖추면 5015만원이므로 가성비에서도 G70이 앞선다. C200 상위 가솔린 모델은 367마력짜리 C 43이므로 사실상 G70 2.0T와 비교할 모델은 벤츠 라인업에 없다. 제네시스는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상품성을 알차게 갖췄다는 걸 알 수 있다.

제네시스가 수요층을 좀 더 넓히기 위해서는 고객층에 맞는 선택 사양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의 경우 AMG-라인처럼 스타일만으로도 AMG 모델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트림이 있고, 선택할 수 있는 휠의 종류도 수십 가지다. BMW 3시리즈 역시 럭셔리 라인, M 스포츠 패키지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오리지널 액세서리가 풍부하다. 제네시스가 벤치마킹할 부분이다.

G70이 자주 지적받는 뒷좌석 레그룸은 쿠션(엉덩이 닿는 부분) 크기 때문이다. 성인이 탄다면 허벅지를 잘 받쳐주는 디자인이지만, 앞좌석에만 주로 탈 경우에는 이보다 작아도 된다. 특히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를 태울 경우 작은 쿠션이 다리를 두기에 더 편하다.

[임의택의 車車車] 30대를 위한 테일러드슈트, 제네시스 G70 2.0T

다시 12년 전을 떠올려 본다.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국산차가 지금 눈앞에 나타났다. 벤츠, BMW보다 역사는 일천하지만 성능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차를 1000만원 이상 싸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입차 시장의 주인공인 30대를 위한 테일러드슈트(맞춤 정장)라 할 만하다.

G70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넉 달 동안 4554대가 팔렸다. 2017년 한 해 동안 BMW 3시리즈(투어링, GT 제외)가 9220대, C클래스(쿠페, 카브리올레 제외)가 8262대 팔린 것에 비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이 정도라면 독일차와 해볼 만하다. 향후 G70의 해외 론칭까지 성공할 경우 제네시스는 확실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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