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레이스 퀸’과 함께 부활을 꿈꾸는 도쿄 오토살롱

발행일자 | 2020.02.11 01:59
[르포] ‘레이스 퀸’과 함께 부활을 꿈꾸는 도쿄 오토살롱

일본의 독특한 자동차문화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레이싱 걸’이다. 일본에서는 ‘레이싱 걸’보다는 ‘레이스 퀸’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물론 우리나라도 레이싱 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레이싱 모델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리드 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경기가 활황이던 1990년대가 모터스포츠와 튜닝 문화의 전성기로 평가 받는다. 레이싱 걸의 복장 역시 90년대가 가장 화려하고 노출이 많은 편이었다. 지금도 일부 심한 노출의 의상이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90년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하이 레그’라고 부르는, 깊이 파인 수영복 스타일의 레이싱 걸 복장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2018년 대상 수상자가 팬들 앞에 다시 섰다
<2018년 대상 수상자가 팬들 앞에 다시 섰다>

지난 1월 11일, 일본 지바시 마쿠하리 메세에서는 제 10회 일본 레이싱 걸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마쿠하리 메세 전시장 중간쯤에 위치한 이벤트 홀에서 열린 이 행사는 2010년부터 시작된 대회로, 매년 일본 레이스를 중심으로 활약한 400명이 넘는 레이싱 걸 중에서 팬 투표에 의해 최고의 레이스 퀸을 선정하는 이벤트다.

지난해 11월 5일부터 사전 투표를 통해 100명을 선출했으며, 약 1개월간 투표를 진행해 상위 20명을 추렸다. 그 후 12월 16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파이널 스테이지가 진행됐고, 그 중에서 5명에게만 2019년도 레이스 퀸 대상을 주고 단 한 명에게는 영광스러운 그랑프리를 수여한다.

전년도 수상자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전년도 수상자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마쿠하리 메세 이벤트 홀은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팬들로 북적인다. 티켓을 구매한 이들은 홀의 앞쪽 좋은 자리에서 레이싱 걸들을 가까이 볼 수 있으며, 그 이외의 관객들은 멀리 떨어진 좌석에서 행사를 지켜본다.

기자는 이 행사를 우연히 발견해 들어간 관계로 처음에는 포토라인의 구석에 자리했다. 그러나 대부분 포토라인도 임자가 정해져 있는 상황. 사진기자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명함을 붙여놓은 까닭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가운데 자리로 옮겼는데, 오피셜 포토 바로 뒷자리에 운 좋게 서게 됐다.

행사는 지난해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광의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 레이싱 걸들을 보여주고 나면, 작년 상위 입상자들을 다시 등장시켜 팬들에게 인사 시킨다. 이후에는 신인 부문, 의상 부문 등 각 부문별 시상을 진행한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점은 레이싱 걸 개인의 팬덤도 있지만, 팀별로 팬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역대 그랑프리 수상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역대 그랑프리 수상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랑프리의 주인공을 발표하기 전에는 역대 레이스 퀸들이 총 출동한다. 1회 수상자부터 전년 수상자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므로 팬들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각자 특유의 포즈를 취하면 팬들은 구호를 외치며 화답한다. 이들을 ‘아이돌’처럼 대하는 팬들의 자세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영광의 ‘GOODRIDE 일본 레이싱 걸 대상 2019’ 레이스 퀸은 렉서스 팀 젠트 세루모(ZENT CERUMO)의 젠트 스위티즈(sweeties) 리더인 카와무라 나츠키(川村 那月) 씨가 차지했다.

2019년 그랑프리를 차지한 카와무라 나츠키
<2019년 그랑프리를 차지한 카와무라 나츠키>

시상식에서 카와무라 씨는 “일본 레이싱 걸 대상에서 10번째 그랑프리를 받아 정말 행복하다. 팬 여러분의 성원 덕에 신인 부문 준 그랑프리와 의상 부문 그랑프리를 함께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감정이 과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그만큼 영광스러운 자리로 인식되는 것 같다.

올해 스물여섯 살의 카와무라 씨는 지난 3년 동안 레이싱 걸로 활약해왔으며, 올해 1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어지는 수상 소감에서 “앞으로 배우 또는 탤런트로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종 5인에 뽑힌 수상자들
<최종 5인에 뽑힌 수상자들>

도쿄오토살롱은 90년대의 화려함을 지나 2000년대 침체기를 맞은 적이 있다. 이때는 튜닝카 출품 규모가 줄고 레이싱 걸 복장도 덩달아 차분해졌다. 그러나 최근 도쿄오토살롱은 토요타, 닛산, 마쓰다 등 완성차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도쿄=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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