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제11회에서 도원장(최진호 분)은 동주(유연석 분)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서정(서현진 분)은 인수(윤나무 분)를 통해 김사부(한석규 분)의 제자였던 장현주에 대해 알게 된다.
◇ 시대가 바라는 것은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주는 살아있는 교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교훈에 시청자들이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니메이션에서의 교훈은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교훈은 극적인 몰입도를 방해할 수도 있다.
김사부의 교훈이 와 닿는 것은 진정성이다. 시대가 바라는 것은 이론적인 교훈이 아닌,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이론적인 성공서적보다 실제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첫 회부터 김사부를 완벽한 영웅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김사부에게 미스터리한 면도 있고, 위대하지 않게 보이게도 만들었다. 기댓값을 높임으로써 뻔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않았다. 김사부의 진정성을 위해 드라마 초반 회차에 깔아놓은 배경이 중반부를 들어서면서 서서히 빛을 발산하고 있다.
김사부는 의사가 제대로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환자를 통해서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평가가 아니라 의사 자신의 신념과 소신일 것이라고 대답을 예상할 수 있지만 색다른 의견을 전한다.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에서 배우이자 연기 선생님인 미래는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은 남에게 있다”고 말한다. 배우 내면의 넘치는 에너지로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봐야 한다.
두 이야기는, 상대방에게 의존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내 진가를 발휘하고 내가 진정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뜻한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함께 사는 가치이고, 상대가 있는 행동을 할 때 취해야 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김사부가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그 자체에 대한 궁금함이기도 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향이 아닌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달해줄지에 대한 궁금함이기도 하다.
◇ 사실 은폐의 시대, 심리적 엔트로피
이번 회 제목은 ‘심리적 엔트로피’이다. 엔트로피는 자연 물질이 변형돼 다시 원래 상태로 환원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에너지가 사용돼 쓸 수 없게 된 에너지이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동주는 이번 회에서 내레이션을 통해 사실 은폐의 시대를 말한다. 진실은 왜곡되고 거짓말이 난무하는 시대. 근거 없는 소문과 넘치는 설들에 묻혀 본질은 뒷전이 되고, 뭐가 진짠지 뭐가 가짠지 도무지 구분조차 안 되는 그런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제목과 시대의 내레이션을 합하면, 사실이 은폐된다는 것은 진실이 에너지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김사부에 대한 사실 은폐는 김사부를 은둔의 지역으로 가도록 만들었다. 심리적 엔트로피는 마음을 다 써버리면 더 이상 쓸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
‘낭만닥터 김사부’는 드라마 전체를 이끄는 이야기 외에도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사부, 동주, 서정 등 주인공뿐만 아니라, 돌담병원을 찾은 환자 개개인의 스토리에도 드라마는 관심을 갖는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워낙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준다.
어떤 시청자가 어떤 캐릭터에 감정이입하여 공감할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의 격한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닌, 주변 인물의 이야기에 눈물 흘리는 시청자도 상당히 많다.
지난 회에 이어 미친 고래의 귀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안함과 수치심을 모르는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서현진은 사이다급으로 일침을 가한다. 드라마가 끝난 후 지인과 한두 시간 통화하며 분노했을 반응을 서현진이 대신해준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시청률이 점점 상승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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