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도깨비’(11-1) 기타누락자가 한 명 더 있다. 공유는 스스로 검을 뽑았다?

발행일자 | 2017.01.07 01:33

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제11회는 기타누락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작은 암시와 복선, 큰 암시와 복선을 곳곳에 포진한 ‘도깨비’는 현생에서 공유가 검을 휘두르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제9회부터 시청자들은 알고 등장인물은 모르던 것들을 본격적으로 알려주기 시작하더니 이번 회는 시청자와 등장인물 모두에게 그간 추측되던 것들을 명확하게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같이 보여주기도 했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시청자들은 아는데 등장인물이 모른다는 이유로 안타까워하던 시청자들은, 이제 점차 등장인물과 하나가 돼 드라마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무척 흥미진진한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종방이 가까워진다는 안타까움은 감출 수가 없다. 맛있는 음식을 빨리 먹고 싶은 마음과 그 음식이 다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 그 두 가지 상반된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 알고 나면 진지하고 서글프지만, 모르고 보면 시트콤 같은 상황

공유(도깨비 김신 역)에게서 검을 뽑으면 공유가 이뻐진다고 김고은(지은탁 역)에게 말했던 것처럼, 알고 나면 진지하고 서글프지만, 모르고 보면 시트콤 같은 상황이 ‘도깨비’에서는 자주 펼쳐진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유인나(써니 역)의 전생을 알게 된 공유와 이동욱(저승사자 역)의 진지함은, 자신의 전생 이야기를 진담으로 듣지는 않는 유인나의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설정극이다. 힘들게 살았을 때보다 공유를 사랑하게 되면서 신이 가혹하다는 것을 깨닫는 김고은의 태도 또한, 진지하고 마음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코미디 같은 재미를 주기도 한다.

‘도깨비’ 시나리오는 같은 곳에만 머물지도 않고, 쉬지 않고 질주하기만 하지도 않는다. 계속 본방 사수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도, 이전 회차를 못 봤거나 중간에 10분 정도 시청하지 못했더라도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은 놀랍다.

반복을 하되 지루하지 않게 하고, 충분히 공감된 상태에서 진도가 나가며, 웬만한 시청자들이 진도를 따라올 수 있도록 복습을 병행하며 진행한다는 점은 이야기를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있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만약 시나리오 단계에서 ‘도깨비’를 검토했다면 어쩌면 반복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들어진 방송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도깨비’는 시나리오 구성력과 연출력 모두 칭찬을 넘어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 환상적이지만, 현실에서 꼭 이루고 싶은 판타지

불 켜진 성냥을 꺼서 공유를 소환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순간에 소중한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어디든 김고은을 찾아갈 수 있는 공유처럼(특정한 예외가 있긴 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 바로 나타날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랑은 진실된 마음이기도 하지만, 타이밍이다. 적시에 전하는 마음, 위급한 그 순간 달려와 구해주는 행동, 보고 싶을 때 바로 볼 수 있는 욕구. ‘도깨비’에서 특별한 능력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것들은 대리만족으로만 만족하기보다는, 현실에서 꼭 이루고 싶은 판타지로 작용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회를 넘기며 이어지는, ‘도깨비’의 암시와 복선

‘도깨비’는 작은 암시와 복선은 그 회 방송 안에서 해결하고, 큰 암시와 복선은 그 이전 회 또는 여러 회 전부터 포석해 큰 틀에서 펼치거나 집중한다. 김고은은 “인간에게 4번의 생이 있다”라고 말했는데, 만약 새드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이 된다면 김고은의 멘트는 암시일 수 있다. 김고은에게 이번 생이 마지막이 아니고, 공유는 무(無)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도깨비’는 암시의 경우 시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유인나는 “무정한 누군가가 (내) 심장 속으로 걸어가. 그래서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 시적이기도 하고, 광고 문구 같기도 한 주인공들의 대사는, 당시의 훌륭한 미장센과 결합돼 압축적인 광고 영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1회부터 제9회까지 과거의 장면은 거의 같은 장면이 반복해 나왔다. 제10회에는 김병철(박중헌 역)의 악행이 구체적으로 나타났으며, 공유와 김소현(왕비 역)의 에피소드가 추가됐다.

제11회는 과거의 장면이 더욱 구체적으로 덧붙여졌다. 김소현의 내면, 김민재(왕여 역)의 내면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는 사건으로도 연결돼 있지만 내면의 역할과 비중이 크다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기타누락자가 김고은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은 중요한 복선이 될 수 있다. 기타누락자와 기타누락자 명부는 이전부터 반복돼 나왔다. 기타누락자 자체보다는 명부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기타누락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은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요소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추락사의 위험이 예고된 김고은을 살리기 위해 나타난 공유는 그간의 능력으로 볼 때 굳이 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검을 사용했다. 공유의 심장에 꽂혀있는 검인지 별개의 검인지 드라마 내용에서는 확인해 주지는 않았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어쩌면 공유가 스스로 검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을 드러냈거나, 혹은 그런 추측을 시청자가 할 수 있도록 드라마적 트릭을 사용했다고 보인다. 지금 당장 판단할 수는 없고, 방송이 진행되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유에게 검이 여러 개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전에 여러 명과 일대다의 결투를 할 때도 공유는 검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유가 검을 휘두르며 얼핏 지나간 장면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공유는 왕여의 마지막 행보를 왜 모를까? 나비가 돼 김고은을 찾아 스키장으로 갔던 육성재가, 어쩌면 비어있는 이 공간에 연결고리를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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