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는 제12회까지 달려오면서 과거와 현재, 전생과 현생, 신의 세계와 중간계, 인간 세계 사이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있다.
‘도깨비’의 주요 인물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진도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등장인물이 알고 있는 진도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는 것이다.
제작진들이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디테일에 대해서도 얼마나 세분화했는지 놀라게 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처음부터 이런 점을 시청자들에게 모두 알려준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하나씩 드러냈다는 것이다.
‘도깨비’는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와 추측 못지않게, 캐릭터의 숨겨진 특징에 대한 스포일러와 추측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지는 ‘도깨비’의 캐릭터 분석을 3회에 걸쳐 공유한다.
◇ 캐릭터 분리하기, 캐릭터 겹치지 않기
드라마와 영화, 물론 연극, 뮤지컬, 오페라 모두 인물 창조를 위해, 아이디어, 기획, 시나리오 구성 단계부터 캐릭터가 겹치지 않도록 철저한 캐릭터 분리를 한다. 캐릭터가 겹치면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진다. 웰메이드 드라마를 보면,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주요 인물의 캐릭터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는 어떨까? 실생활에서는 편안한 표현으로 끼리끼리 다니기 때문에 친구들의 캐릭터는 겹치고, 가족들의 캐릭터도 겹치고, 회사 동료 간의 캐릭터 또한 겹친다. 학교 동료, 선후배, 같은 고향과 지역의 사람들은 캐릭터가 겹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일지라도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겹치지 않도록 설정한다. 캐릭터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특징을 잡아 캐릭터라이징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소개하거나 스스로 자기소개를 할 때, 모든 것을 다 표현하지 않고 한두 가지 주요 사항을 알려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드라마, 영화 등의 캐릭터는 복잡하고 다양한 면을 갖춘 사람에게서 그런 한두 가지 특징을 추출해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
캐릭터의 형성 과정과 전개 과정을 위주로 ‘도깨비’의 주요 캐릭터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면과 드라마 속 인물이 스스로 자각하는 면을 동시에 고려해, 시청자 입장과 등장인물의 입장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 시청자들이 아는 진도와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아는 진도가 같은 인물, 공유와 김고은
‘도깨비’의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여섯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청자들이 아는 진도와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아는 진도가 같은 인물로 공유(도깨비 김신 역)와 김고은(지은탁 역)이다.
공유는 처음부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알고 시청자들도 같이 알고 있는 캐릭터이다. 김고은을 보면, 시청자들과 드라마 속 지은탁의 진도가 같다. 그러나 과거(전생)은 아직 거의 밝혀진 것이 없는데, 이것 또한 시청자와 드라마 속 지은탁의 진도가 같다.
공유의 캐릭터와 공유라는 배우의 매력은 기존 도깨비에 대한 재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잡신에서 좀 더 높은 신으로 승격했으며,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관객이 원할 때 비범한 능력 발휘한다. 또한 사랑꾼 도깨비 콘셉트를 가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연애에 숙맥이었는데, 어느새 고수가 돼 있다.
구백 년을 넘게 살면서도 깨우치지 못 했던 연애의 기술을 첫사랑을 만나면서 스스로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모습은 무척 재미있다. 개연성 없이 느껴질 수도 있는 연애에 대한 공유의 급속한 발전은 판타지 장르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부드럽게 넘어가고 있다.
김고은은 현생에서 귀신을 직접 보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현재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된 전생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본인도 일반적인 시청자도 김고은의 전생에 크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는 점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방송 후반기 다른 캐릭터들의 전생과 현생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보여주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김고은의 전생을 궁금해 하는 시청자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와 연관된 전생이 드러나더라도 강한 임팩트를 주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감정선에 대한 몰입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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