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자들은 알고 있으나 드라마 속에서 본인은 과거를 모르는 인물, 이동욱과 유인나
두 번째, 시청자들은 알고 있으나 등장인물은 그들의 과거를 모르는 인물은 이동욱(저승사자 역)과 유인나(써니 역)이다. 이동욱은 자신의 과거(전생)를 모르는데, 시청자는 방송 초중반부터 추측하며 과거 인물과의 관계를 단정할 수 있었던 캐릭터이다. 현재 저승사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과거에 나쁜 일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드라마 속에서 처음부터 스스로 하고 있었다.
유인나는 자신의 과거(전생)를 몰랐는데, 시청자는 방송 초중반부터 추측하며 과거 인물과의 관계를 단정할 수 있었던 캐릭터이다. 이동욱은 과거가 있었고 자신의 잘못이 있었다는 것 자체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만, 유인나는 과거 자체부터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는 캐릭터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동욱과 유인나는 캐릭터 전개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시차가 있다. 시청자와 등장인물 모두, 이동욱의 과거를 먼저 인지하고 유인나의 과거는 추정의 단계를 더 오래 거친 후 알게 된다.
이동욱은 기존 저승사자에 대한 파격적인 재해석을 개연성 있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외모와 연기를 보여줬다, 이동욱의 저승사자는 무서운 심판자가 아닌 규정을 지키는 집행자, 친절한 가이드이다.
이동욱은 전생에 큰 죄를 지었기에 저승사자가 된 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악하거나 고압적이라기보다는 무척 인간적이다. 게다가 치명적으로 잘 생겼다. 이동욱의 저승사자는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순간에 이동욱이 차 한 잔 내준다면 어떨까?
◇ 내 앞에 공유와 이동욱이 나타난다면, 내가 선택할 사랑은?
이동욱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연애의 숙맥이다. 공유가 회를 거듭하며 연애의 고수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이동욱은 거의 일정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이다. 지고지순한 면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드라마 속 유인나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발산한다.
연애의 숙맥이었던 공유와 이동욱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 둘은 원래 연애에 소질은 없었지만, 처음부터 여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췄다. 공유는 만날 때마다 연애의 고수로 도약해 이제는 그의 품에 꼭 안기고 싶고, 이동욱은 다가오지 못하나 초심의 진실함을 전달하기에 그를 품에 꼭 안고 싶다. 내 앞에 그 둘이 나타난다면, 난 어떤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와 어떤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는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유일까, 이동욱일까?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유와 이동욱이다. 더 이상의 이유는 필요치 않다.
◇ 과거(전생)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반전을 준 인물, 육성재
세 번째 범주는 과거(전생)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반전을 준 인물이다. 육성재(유덕화 분)은 과거부터 신(절대신) 아니면 월하노인일 것이라고 시청자들이 확신을 가지면서 추측하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도깨비’ 후반부로 들어오면서 육성재의 과거, 육성재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포털사이트 실검에 오를 정도로 과거에 대한 궁금함이 고조됐었다. 신이 육성재의 몸으로 들어와 활동한 것으로 제12회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육성재는 과거가 없거나 전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깨끗하게 현재적인 인물이라는 역설적인 반전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육성재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과거와 현재가 같은 몸 또는 다른 몸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육성재는 과거가 없고(최소한 과거가 있다는 것 자체가 밝혀지지 않았고) 다른 몸으로 산 적도 없으며, 오히려 그의 몸 안으로 신이 들어왔었다.
육성재는 신의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멋있을 수 있다고 생각됐는데, 이제는 신이 선택한 모습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 있게 느껴진다. 판타지적인 인물이 아닌 현재적인 인물, 물론 그래도 재벌 3세라는 판타지는 남긴 하지만 ‘도깨비’에서 현생 인간이라는 독특한 매력으로 육성재는 해석된다.
‘도깨비’에서 바람둥이 혹은 어설픈 바람둥이일 것 같은 육성재에게 특별한 러브라인이 없는 것을, 신이 선택할 정도로 순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수긍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랑이 없는 육성재보다 사랑 가득한 육성재를 보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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