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제11회는 평범한 인간의 능력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 육성재(유덕화 역)의 모습을 보여줬다. ‘도깨비’는 인물의 정체도 궁금하지만, 그 인물이 다른 정체가 현재의 인물과 어떻게 이어질지 그 과정과 연결고리도 무척 궁금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 육성재는 도대체 누구인가?
제9회 리뷰 때 육성재의 정체와 이엘(삼신할매 역)의 역할이 궁금하다고 언급했었다. 이번 회에서 김고은(지은탁 역)이 풀지 못하는 궁금함을 육성재는 바로 정리하며 해결해 줬다. 다 알고 있는 육성재의 정체는 누구일까?
육성재의 정체에 대해서도 무척 궁금하지만, 어떻게 그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지, 또 다른 정체와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연결할지도 궁금하다. ‘도깨비’는 억지 연결보다는 치밀한 구성으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냈기에, 어떻게 연결해 공감을 유지할지가 누구인지 못지않게 궁금해진다.
육성재는 절대신일까? 월하노인일까? 아니면 다른 제3의 인물일까? 육성재는 김병철(박중헌 역)과 회심의 한 판을 치를 것인가? 각각의 케이스를 따지는 것보다 그냥 다음 방송을 즐겁게 기다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지만, 궁금함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것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즐겁게 추론하고 즐겁게 다음 방송을 기다리는 미덕이 필요하다.
◇ 이엘의 인상적인 등장
이엘은 생사가 오가는 순간이나, 첨예하게 갈등이 대립된 상태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엘의 등장은 갈등의 증폭이나 해소, 사건의 전환 등 큰 이야기의 변화를 연상한다.
그런데, 제11회에서는 김고은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꽃을 들고 나타났다. 졸업식장을 확 뒤집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 시청자도 있었을 것이다. 이엘이 만든 훈훈한 감동은 작은 반전이자 큰 기쁨이다.
“더 나은 스승일 수 없었니? 더 빛나는 스승일 수 없었어?”라고 김고은의 담임 선생님을 꾸짖는 장면에서 이엘의 사이다 같은 일침은, 억울하게 구박받던 김고은을 보며 같이 울분에 쌓였던 시청자의 울분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그 질문 역시 우리 자신에게도 스스로 던져야 하는 질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도깨비’에는 도깨비, 저승사자 등 영혼의 세계에서의 남다른 능력과 재벌 3세라는 현실에서의 남다른 능력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누구나 다 소중한 존재라는 더 강력한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도깨비’가 주는 판타지는 판타지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정말 평범할 수도 있지만 인간 존중의 마음, 생명 소중함의 정신도 중요한 판타지로 볼 수 있다.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이,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로 여겨지는 것이 판타지가 된다는 것은 시대상과 맞물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 유인나와 이동욱! 감정의 연결과 감정의 점핑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현재 서로에게 호감이 있지만 유인나(써니 역)와 이동욱(저승사자 역)은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다. 현재의 마음을 이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인나는 사람이고 이동욱은 저승사자이기 때문인데, 이동욱이 자신이 저승사자라는 것을 알려주기 전과 알려준 후 모두 두 사람의 감정이 연결되는데 다른 형태의 제약이 공통적으로 따른다.
전생에서의 두 사람의 관계를 시청자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 유인나와 이동욱이 알게 됐을 때의 혼란과 마음의 상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유인나와 이동욱의 사랑에는 넘어야 할 두 가지 큰 산이 있다. 현재의 신분과 위치, 전생이었던 과거에서 두 사람의 관계이다. 집안의 반대, 나이 차이 등 사람들이 사랑할 때 넘어야 할 산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될 때, 유인나와 이동욱의 관계에서 두 사람이 겪을 혼돈과 갈등, 분노 못지않게, 이동욱이 자신이 과거에 누구였고 어떤 일을 했는지 알게 됐을 때의 자괴감으로 멘붕에 빠질 수도 있다.
‘도깨비’는 전생에 큰 죄를 지어 이동욱이 저승사자가 됐다는 설정을 하고 있는데, 어떤 큰 죄인지는 아직 이동욱은 스스로 모르고 있다. 모르는 것에 대한 궁금함은 일반적이지만,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해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도깨비’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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