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도깨비’(15-2) 공유가 밝힌, 무(無)로 돌아간다는 의미

발행일자 | 2017.01.22 23:24

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제15회는 드라마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은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공유(도깨비 김신 역)를 제외한 인물들이 기억을 상실하면서 벌어진 상황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었다.

제15회 초반에는 시청자들과 공유만 아는 상황을 다시 만들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를 시청하기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떠오르게 만들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되돌려 생각하게 했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처음과 같은 상황의 반복, 빠르게 반복되며 스토리텔링을 완성함

김고은(지은탁 분)의 기억이 지워지면서 제15회 초반에는, 시청자와 공유는 알고 김고은은 모르는 재미있는 상황으로 돌아갔다. 김고은이 처음부터 몰랐던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잃기 전에 알았던 내용이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흥미롭게 진행됐다.

만약 김고은만 모르는 상황이 생사를 오가는 갈등을 유발했다면 제15회 초반의 상황은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려 매우 불편해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알콩달콩한 마음이 오가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며 행동하는 드라마 속 29살의 김고은은 이전 19살의 김고은 못지않은 귀여움을 전해줄 정도로 밝은 분위기로 이어졌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고은은 공유를 만나며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느낀다. 우리가 어떤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날 것 같다는 텔레파시를 느낀 것은, 실제 텔레파시라기보다는 그 장소에서 그 시간 스치며 만난 기억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학설도 있다.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느낌,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은, 단지 느낌이 아니라 현재의 기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고은은 공유를 만난 것 같다고 느끼지만, 우리는 그 기억을 생생하게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공유가 밝힌, 무(無)로 돌아간다는 의미

공유가 무(無)로 아예 사라질 것인가, 다시 환생할 것인가에 대해 시청자들은 처음부터 많은 관심을 가졌다. 사라지면서 새드엔딩이 될 것인지, 사라지지 않으면서 해피엔딩이 될 것인지에 대한 추측도 분분했다.

훈훈하고 애틋하면서도 약간은 허탈한 의미를 공유는 직접 밝혔다. 김고은의 질문에 대해 공유는, 김고은을 못 보는 것이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도깨비의 다른 이름은 작업의 신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미래의 한 장면을 미리 보고 김고은이 다른 남자와 함께 할 수도 있다고 불안해하던 공유는 그 남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행복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런 표정 연기는 공유와 김고은 모두 뛰어난데, 시청자들을 순간 감정이입하는 연기는 무척 돋보인다.

출발지 공항에서 나를 배웅한 남자가, 도착지 동항에 나와 나를 마중한다면 어떨까? ‘도깨비’는 다른 드라마에서는 꿈꾸지 못하는 장면을 독보적으로 만들어냈다.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가지도 못하고, 순간이동을 같이 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개연성을 확보한 후 진행됐기에 더욱 돋보였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큰 갈등 해결 뒤 작은 갈등, 알면서 모른척하기

제15회 후반부에는 과거의 기억을 찾은 혹은 처음부터 기억하던 이들이 알면서도 서로 모른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인나(써니 역)와 이동욱(저승사자 역), 유인나와 공유, 유인나와 김고은은 이런 장면을 만들었다.

실제 살면서도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알면서도 서로 모른척하기. ‘도깨비’는 이런 모습을 표현할 때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주목된다.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도깨비’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상대적으로 큰 갈등의 해결 뒤 작은 갈등을 만들어 긴장감을 유지하는 방법은 제15회에도 이어졌다. 김고은은 기억을 회복한 후 운명의 시간인 29세가 된 것이 부각됐다. 16회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 한 회를 만들면서도, 그 회 자체의 완성도를 만드는 ‘도깨비’의 시나리오와 연출은 돋보인다. 각 회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한 형식이 아님에도 이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절대적인 운명 앞에서 남다른 사랑을 하는 것으로 보였던 김고은과 공유가 이제 진짜 사랑하는 일반적인 연인으로 보인다는 점 또한 눈에 띈다. 판타지와 개연성을 오가며, 그 두 가지 모두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 녹여냈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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