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대망의 막을 내렸다. 제15회와 제16회 연속 방송은 드라마 몰아보기의 쏠쏠한 재미를 아는 시청자들에게는, 본방도 몰아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운명을 피해 다니고, 공유(도깨비 역)와 이동욱(저승사자 역)의 도움으로 운명을 바꿔왔던 김고은(지은탁 분)이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는 장면은 정말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다. 그간 김고은이 죽지 않기를 원했던 시청자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게 정지시킨 순간이었다.
다른 이에게서 받은 혜택을 한 번에 갚고, 자신을 용서해 생의 간절함을 깨닫는 것. ‘도깨비’는 드라마 자체의 여운만으로도 오랜 도깨비 앓이를 할 시청자들에게 계속 생각하게 되는 메시지를 던졌다.
◇ 끝까지 놓치지 않은 디테일의 힘
“한 번 안아봐도 될까요?”라는 유인나(써니 역)의 요청에 이동욱은 다가가서 포옹하지 않고, 유인나의 팔을 끌어당겨 포옹했다. ‘도깨비’에서 사랑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볼 때 가장 변하지 않은 사람이 이동욱이기에, 마지막 포옹에서 이동욱의 디테일은 의미 있게 보였다.
다가가지만 그렇다고 닿을 정도로 다가가지도 못 했던 이동욱이 끌어당기는 모습을 보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났을 때의 이동욱과 유인나의 관계를 암시하는 순간이었다.
‘도깨비’는 긴 호흡으로 진행된 드라마답게 크고 작은 암시와 복선의 배치를 절묘하게 했는데,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암시와 복선은 물론 암시와 복선을 주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는 디테일까지 촘촘하게 배치한 점이 돋보인다.
공유의 문학적인 대사뿐만 아니라, 이런 디테일은 ‘도깨비’가 드라마 대본이 아닌 소설이었어도 빛났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되돌아보면, 공유가 책을 읽는 척하는 모습은 단지 김고은에게 자신의 책 읽는 지적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한 재미를 주는데 그치지 않고, 공유가 문학적인 대사를 했을 때 개연성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작가와 감독은 철저히 계획하고 집필, 촬영했을 수도 있고 감각적으로 백업했을 수도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대단히 훌륭하게 받아들여진다. 계획과 감각 모두 배우도 싶은 재능이다.
◇ 왜 쓸쓸하고 찬란했는지 드라마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에서 진정으로 깨닫는다
마지막 회에서 공유와 김고은의 애정 행위는, 연애의 최고봉은 다른 사람의 눈앞에서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나게 한다. 그들에게 감정이입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픈 시간을 견뎌왔기에 그들의 행동은 염장 지르기라도 아름답다.
‘도깨비’는 새드엔딩인데 새드엔딩이 아닌 분위기로 진행됐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마음을 추스르게 만들고 나서 또다시 반전을 줬다. 이는 시나리오 상의 흐름이라기보다는, 무대 공연에서 커튼콜처럼 시청자들의 호응에 다시 브라운관이라는 무대에 나와 이야기를 더 진행한 것처럼 느껴진다.
‘도깨비’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에 대해 많은 궁금증과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은 어느 한 쪽에 마음을 준 시청자들 모두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정답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려줬다.
16회 동안 함께 한 다양한 시청자들을 한데 묶는 놀라운 마무리이다. 새드엔딩과 합한 해피엔딩. ‘도깨비’는 마지막에 또다시 반전을 줬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새드엔딩으로 느껴질 때도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반전의 미학! 드라마의 제목은 ‘도깨비’로 짧게 통용되는데,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라는 풀네임이 있는 이유를 마지막에 알게 됐다. 쓸쓸하고 찬란하다는 것은, 새드엔딩 자체도 아름답다는, 새드엔딩이 해피엔딩으로 바뀌면서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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