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 제13회는 아련한 사랑이 아닌 시청자들의 정서를 택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명확하게 정리해 알려줬으며, 공감하던 시청자들을 더욱 감정이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반전을 전혀 배재하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감정이 축적됐고, 김병철(박중헌 역)이 공유(도깨비 역)에게 말한 것 같이 시청자들은 파국을 연상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됐다.
◇ 안타까운 마음, 사건보다 심리에 집중
전생의 원수 이동욱(저승사자 역) 앞에서 막말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공유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전달한다. ‘도깨비’ 제13회는 사건보다 심리에 집중했다. 마지막의 큰 질주가 있기 전까지는 서사적인 이야기보다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마음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갈가리 찢긴 심장의 고통이 나인지, 전생의 나인지” 이동욱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는 유인나(써니 역)의 시적 멘트도 인상 깊다. ‘도깨비’는 소품으로 책이 종종 등장하고, 공유가 책 읽는 모습을 김고은(지은탁 역)에게 어필하려는 장면도 많다.
문학적 멘트와 시적 구절, 책을 읽는 장면, 서점 장면 등은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 Indirect Advertising)처럼 시청자들에게 어필해 교육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도깨비’에서는 훈훈함을 주는 작은 에피소드들과 함께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달하는 시간이 자주 만들어지기 때문에, PPL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다른 드라마보다 현저하게 작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회는 자신이 왕여였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하는, 자신이 왕여라는 것을 공유에게 고백하며 진정으로 뉘우치는 이동욱의 내면이 잘 반영된 점이 주목된다. 시청자들은 이동욱의 반대편에 서서 공유의 편을 들기도, 공유의 반대편에 서서 이동욱의 편을 들기도 어렵게 됐다.
‘도깨비’ 제13회는 사건의 진도를 더 이상 나가지 않고 감정의 정리를 통해 감정의 진도를 나갔다. 마무리 전까지 심리에 집중하더니, 엄청난 사건을 진행하며 마무리됐는데, 방송 내내 감정의 진도를 쌓아놓고 마지막에 사건의 진도를 임팩트 있게 나간 것이다.
◇ 의지의 표현! 단시 서사적인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고 내면 감정에도 의지를 담는다
공유가 왜 도깨비가 됐느냐는 유인나의 질문에 김고은 “세상엔 기적이 필요하니까요”라고 말한다. 이유보다는 바람을 말한 김고은의 대사는 ‘도깨비’가 담고 있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판타지 드라마의 판타지를 내면에서도 찾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운명은 내가 던진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라고 육성재(유덕화 분)의 목소리로 전한 신의 메시지는 ‘도깨비’ 전체 엔딩에 대한 암시일 가능성이 많다. 공유와 이동욱의 의지가 결말의 키포인트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미리 고백하는 것이다. 마치 “진실은 내가 던진 질문이다. 결말은 시청자들이 찾아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공유의 몸에 불씨가 남아있는 것을 CG로 표현한 디테일이 눈에 띄었는데, ‘도깨비’가 복선과 반전을 사용하는 방법은 큰 아이디어와 함께 세심한 묘사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 이전에,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인지한 공유는 김고은에게 기습키스를 한다. 김고은의 타이밍만 뺏은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타이밍도 뺏은 공유의 기습키스는 절묘했다. 본지는 제10회 리뷰 때 심쿵 공유가 심멎 공유가 됐다고 언급했었다.
이번 회에 공유가 김고은에게 갑자기 여행 가자고 했을 때 김고은은 심쿵했다고 답했는데, 여행부터 기습키스까지 심쿵 공유와 심멎 공유가 무(無)로 사라지는 것을 김고은도 시청자도 절대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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