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반적 평가 양호, 현대차는 합리적. 아우디, BMW는 성공의 상징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 도착하자마자 이용한 교통수단은 택시다. 누군가 나와서 맞이하지 않는 이상 베이징셔우두구어지지창(北京首都国际机场, 북경수도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기엔 이만한 게 없다. 무거운 짐도 알아서 실어 주고, 원하는 곳까지 태워다 주니 이만큼 편한 이동수단도 드물 거다. 물론 이런 편안함엔 ‘대가’가 따른다. 비싼 요금이다. 중국의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비교하면 수십 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동 중에 미터기 요금이 올라가는 걸 마냥 지켜보다가 문득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순간, ‘택시’의 특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택시를 모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며 다양한 얘기를 나눈다. 이들이 전달하는, 때론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피기엔 최고의 정보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베이징 시의 ‘(성실히 대답해준) 꽤 괜찮은’ 택시기사에게 다짜고짜 물었고, 이들 중 네 명에게서 ‘중국의 자동차’와 관련된 흥미롭고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만난 택시 드라이버는 평범해 보이는 50대 남성. 뽑은 지 7년이 넘은 홍치(紅旗)자동차의 중형 세단을 몬다. 이 차는 베이징 택시의 상당수를 차지한 현대 ‘엘란트라(이란터, 아반떼XD)’보다 넉넉해서 좋았다. 전반적인 느낌이라면, 1998년에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EF쏘나타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못하다. 크기와 내장재 수준 모두 그랬다. 요즘 나오는 건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타볼 기회가 없어서 평가는 다음으로 미룬다.
이 택시기사는 우선 ‘베이징 모터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이런저런 행사가 많이 열리는데 그러려니 한다”는 답을 들었다. 이어 한국사람이냐고 되묻더니 ‘현대자동차’에 대해 얘기를 먼저 꺼냈다.
“현대차는 많이 팔리는데, 회사가 아주 잘하는 거 같진 않다. 택시는 많지만 일반 차가 적지 않느냐. 지금 폭스바겐이 가장 많이 팔리고, BMW도 잘나간다.”
두 번째 택시는 폭스바겐 제타. 6년 동안 주행거리 50만km를 넘어선 차다. 실내는 엘란트라보다 좁고, 운전기사는 50대 중반쯤으로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현대차와 한국사람에 대해선 말문을 먼저 열었다.
“북경사람들은 현대차 많이 산다. 특히 랑동(MD)이 연비 좋고, 성능 좋고, 외관까지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앞모양이 마음에 든다. (차 바꿀 때가 됐다는 듯이)2012년 8월쯤 출시됐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애국심이 강하다고 느껴진다. 대부분 자국 차 타지 않느냐. 중국은 합작회사가 많아서 외국 모델이 많다. 중국도 앞으로 차 잘 만들면 중국사람들도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미소)” 분명 부러움 섞인 어조였다.
세 번째 택시는 엘란트라(XD). 40대 초반 드라이버였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이런저런 소식에 관심이 많은 그였다. 그래서 기대감을 갖고 대화를 시작했다. 첫 질문은 “어떤 차가 많이 팔리냐?”였다. 이에 “신형 아반떼(랑동, MD)는 생각보다 덜 팔렸고, 쏘나타(YF)가 많이 팔렸다. 가격이 괜찮다. 랑동이 품질은 좋은데 아쉽다. 지금 이 차(XD)도 만족한다”고 전했다.
베이징현대 관계자에 따르면 랑동은 대도시(티어1급)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차다. 반면 위에둥과 엘란트라는 지방(티어 2, 3급)이 타깃이어서 판매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쏘나타(YF)는 대륙적(?) 스타일 덕인지 출시 후 판매가 꾸준했다고 한다. 참고로 2013년 쏘나타 주력 시장은 북미에 이어 중국이었다.
말동무가 생겨서일까. 신이 난 그는 자동차 칼럼니스트라도 된 마냥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파사트가 많이 팔린다. 인기가 많다. 그리고 독일차나 일본차, 한국차를 비슷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사람들 취향에 잘 맞아서 그런 거 같다. BMW도 중국에서 만들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탄다. 인기 많은 차는 돈 더 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어 중국차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중국 내 일부 브랜드는 안 좋다는 의견이 많고, 중국 사람들조차 믿지 않는 편이다. 안전이나 동력 성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차는 부의 상징이고, 차를 산다는 건 돈이 있다는 건데, 싼 차를 살 이유가 없지 않느냐” 그의 말이다.
네번째 택시도 엘란트라였다. 운전자는 역시 50대. 앞서 만난 기사들의 사례를 볼 때 대화에서 별로 건질 게 없어 보였다. 나이가 좀 있는 기사들은 ‘현재’를 살아갈 뿐, 다른 덴 관심이 적었다. 택시기사임에도 길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현지에서 만난 대학 교수에게서 “사회주의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부가 철저히 정보를 차단해온 탓에 제한된 정보만 접해왔기 때문이라고.
그는 삼성 갤럭시를 쓰고 있었다. 중국에선 값이 꽤 비싼데도 많이 산단다. 이어 모터쇼가 열린 신국전(이곳 사람들은 신 중국국제전람센터를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에 배우 김수현이 온 것도 알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야 했는데, 너무 막혀서 많이 짜증 났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별그대’ 김수현은 18일, 삼성전자 갤럭시S5 런칭 쇼케이스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고, 또 현대차 중국 현지 모델 ix25의 홍보대사여서 20일에 모터쇼장을 찾았다.
살아온 얘기라도 들어볼 겸 대화를 다시 시작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차 가격을 죄다 꿰고 있었다.“이곳에선 요즘 아우디가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인기가 좋다. 중국 소형세단은 1만위안(우리 돈으로 약 180만원)에 불과하고, 혼다 같은 브랜드는 10만위안(약 1,800만원), 아우디는 최저 40만위안(약 7,200만원) 이상이다. 관세가 두 배여서 어지간히 부자 아니면 사기 힘들다. BMW 7시리즈(745)는 100만위안(약 1억8,000만원)이나 한다. 폭스바겐은 중간쯤이다. 반면 현대는 대체로 아주 싼 편에 속하지 않나. 북경 택시가 죄다 현대차다. 제네시스(BH, 현지명 로헨스)는 무슨 찬지 모르겠다.” 어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는 데이터가 ‘최신 버전’이 아닌 듯싶었다.
이어 그는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중국, 특히 베이징에선 해치백이나 소형차는 많지 않다. 세단이 대세다. 그리고 주말이면 쉬기 때문에 쇼핑 많이 다닌다. 짐 많이 실어야 한다.” 현대차를 비롯,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여러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3대가 한 차를 쓰기 때문에 컨셉이 무난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까지 함께 운전할 수 있고, 가족이 같이 타는 경우도 있어서 차가 커야 한다고. 그래서 세단, 특히 허리가 길쭉한 롱휠베이스 모델이 중국에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엔 값싼 소형 SUV가 주목을 끈다고 한다. 대형 SUV는 너무 비싸서 한대 더 사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 이번 모터쇼에서도 이런 중국 내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업체들은 소형 SUV를 무대 위에 세우고 사람들을 유혹했다.
택시기사들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여러 사람들과 만나는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건 분명 있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좋은 편이라는 점과, 현대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태’를 먼저 걱정해주기까지 했으며, 중국 사람들.. 특히 북경 시민들에게 ‘현대차’가 예전과 달리 부러움의 대상으로 서서히 바뀌는 중인 듯싶다. (아쉽지만 기아나 쌍용 등은 일부러 물어봐도 택시기사들의 입에 거의 오르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그동안 택시로 ‘현대’라는 이름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택시’라는 울타리를 스스로 만든 셈이어서 이를 극복하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중국 판매 1위 업체인‘폭스바겐(상하이따종)’에 대한 평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중국사람들이 말한 건 ‘비싼차’가 아니라‘좋은차’였기 때문이다.
베이징(중국)=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통역/ 베이징(중국)=차재서 RPM9 기자 jsch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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