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토일드라마 ‘보이스’ 제6회 방송 전부터 제작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런 것을 밝힌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데, 제작진은 왜 긴장감과 호기심을 떨어뜨릴 수 있는 스포일러의 위험을 감수했을까?
물론 이번 회 방송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홍보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단순함이 아니라면 무엇을 위해서일까? ‘보이스’는 소리추격 스릴러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소리에 관심을 가지며, 액면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실체를 찾으려 한다. 노골적인 스포일러 속에 숨겨진 것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제작진의 의도된 스포일러
‘보이스’ 제작진이 감행한 스포일러는, 이번 방송에서 그동안 감춰졌던 것들이 많이 드러났고, 토요일 방송이 아닌 일요일 방송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토요일 방송이었으면 시청자가 의문과 오해를 가지고 하루를 보내는데 상대적으로 큰 무리가 없지만, 많은 것이 알려진 후 일주일을 그냥 지나는 것에 대해 제작진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알려줬을 만한 전체적 뉘앙스를 제6회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알려준 것은, 암시와 복선을 놓치지 말고 보라는 신호로 일종의 드라마 밖의 암시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실제 수사도 반전에 반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앞뒤가 들어맞게 맞춰진 것으로 보였지만, 진짜 단서가 하나 추가되면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범죄를 분석하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의 잘못, 연결의 잘못, 진짜라고 믿었던 팩트가 팩트가 아닐 수 있고, 오인과 오해가 발생했거나, 선입견 때문에 오판하거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보이스’에서처럼 누군가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보이스’ 제6회에서는 은행동 사건 진범과 경찰 내부 협력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방송을 직접 보고 나니 제작진의 사전 스포일러는 흥미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아닌 제6회에서 눈으로 밝혀진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고 생각된다.
제6회 방송 후 일단의 시나리오가 맞춰지기에 시청자들이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서 1주일을 지내면 제7회, 제8회에서 반전에 반전이 이뤄지더라도 호기심을 이미 떨어져 있으면 흥미가 현저하게 저하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으로 사료된다.
◇ 서로의 캐릭터를 맞교환한 이하나와 장혁
본지는 제4회, 제5회 리뷰를 통해 현장으로 출동한 이하나(강권주 역)가 위험에 노출되면서 스토리를 확장하고, 사건에 더욱 밀착해 가는 과정을 살펴본 바 있다. 보이스 프로파일링에서 현장 프로파일링으로 확대된 이야기는 소리추격을 더욱 현실감 있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이하나가 현장에 출동하면서, 장혁(무진혁 역)과의 직접 접촉이 많아지면서 두 사람이 서로의 캐릭터를 닮아간다는 점은 흥미롭다. 냉정했던 이하나는 흥분하고, 흥분했던 장혁은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본다. 감정을 드러낸 제6회의 이하나는 마치 제1회의 장혁을 보는 듯했다.
‘보이스’는 이하나의 현장 출동을 통해 원래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도, 상대의 캐릭터를 차용할 수도 있는 구도를 갖췄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하나와 장혁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점은 큰 수확이다.
드라마 초반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시작하면서, 중첩되지 않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캐릭터를 계속 만나야 하는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줄어들게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6회를 지나면서 이 정도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한 팀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후 캐릭터 교차 활용을 한 것이다.
처음에 캐릭터를 겹치지 않게 설정한 후, 실제적인 이야기를 할 때 처음에 설정된 캐릭터의 한계에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만드는 똑똑한 방법을 ‘보이스’는 사용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공감과 마음으로부터의 허용을 받은 후 진도를 나가는 ‘보이스’의 전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정면 돌파를 시도한 ‘보이스’, 새로운 질주를 시작하나?
‘보이스’ 제6회는 시청자들이 “왜 저걸 모르지?”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하나와 장혁이 비밀 수사를 하는 것을 강력계가 모를 수 있을까라는 의심, 우리도 다 알겠는데 왜 장혁은 이하나의 말을 이해하지도 믿지도 않을까 하는 의문을 시원하게 풀기 시작했다.
장혁과 이하나의 캐릭터 변화 가능성, 반전에 반전을 줬을 때 시청자를 속였던 것이 아니라 촘촘히 짜인 반전 시나리오였다는 명분,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오픈 등을 통해 ‘보이스’는 앞으로 더욱 속도감 있게 질주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보이스’의 장혁, 이하나는 경찰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경찰 내에서 그렇게 크게 힘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이는 거대 음모 앞에서 두 사람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힘없는 사람들이 이하나와 장혁이 겪었던 일의 당사자가 됐을 경우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을까? ‘보이스’에서 골든타임팀이 성과를 발휘하기를, 현실에서도 골든타임팀이 우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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