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연출, 마진원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보이스’ 제7회는 쓰레기 집에서 발견된 시체의 정체를 알아낼수록 더욱 의문이 커져가는 상황을 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 숨겨진 이야기는, 같은 사건이라도 시청자들을 다시 돌아보도록 만들어 재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 정말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누가 나를 분 단위로 구해줄 수 있다면?
‘보이스’ 제7회에서는 장혁(무진혁 역)이 납치됐다. 이전에 이하나(강권주 역)가 납치됐던 것에 이어 두 사람이 번갈아 납치된 것이다. 단순히 에피소드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고, 한 사람이 그 표적이 됐을 때 다른 사람이 구해줄 수 있는, 장혁과 이하나가 더욱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이스’는 장혁이 납치될 때도 화면의 자막에 ‘PM03:50 골든타임팀 무진혁 팀장 피습사건 발생 5분 경과’라고 표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황과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정말로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군가 나를 정해진 목표 시간 내에 구해주기 위해 분 단위로 체크하며 따라가고 있다면 어떨까?
진짜 절망적인 상황에 누군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이 시대가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일 수 있다. ‘보이스’는 소리추격 스릴러이면서 시간추격 보호자이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이스’는 매회 알려주고 있는데, 잘 만들어진 드라마가 얼마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증명되기를 바란다.
◇ OCN, tvN의 시간 사용 유연성
‘보이스’ 제7회 본편은 평소보다 5분 이상 단축돼 끝났다. 짧게 끝난 시간 동안 OST PART로 김영근 ‘Work Up’을 들으며 지나간 주요 장면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보이스’가 방송된 OCN을 비롯해 tvN 등 케이블 채널에서 제작되는 드라마는 시간 사용의 폭이 넓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회차에 하고 싶은 말, 담고 싶은 말이 많아도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편성 시간을 엄수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정해진 시간 내로 편집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OCN, tvN 채널의 드라마는 회차에 따라 20분, 30분이 길게 편성되기도 한다.
이번에 제7회에서 평소보다 본편의 워킹타임을 줄인 것은, 시간을 늘린 것보다 더 파격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제작진은 분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오해를 받기 위해 주저리주저리 길게 이야기를 늘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만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와 감독의 입장에서는 무척 행복한 일이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왜 이렇게 지루하게 끌었지라는 불만을 갖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못하면서 정해진 시간을 정확히 채워야 하는 공중파 드라마를 지면 기사에 비유한다면, 시간 조절이 용이한 케이블 드라마는 온라인 지면에 비유할 수 있다. 유연성을 가진다는 것은 창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무척 큰 축복이며, 창작물의 최종 수혜자인 시청자들에게는 맞춤 선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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