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토일드라마 ‘보이스’가 제10회까지 방송됐다. ‘보이스’의 소재와 강렬한 몰입감에 첫방부터 ‘시그널’을 떠올린 시청자들이 많았고, ‘보이스’의 마니아층이 형성될수록 ‘시그널’을 또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열혈 시청자들 중에는 벌써부터 ‘보이스’의 시즌2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본지는 ‘보이스’와 ‘시그널’이 만나서 시즌2를 만든다면 어떤 드라마가 나올지 살펴볼 예정이다. 먼저 ‘보이스’와 ‘시그널’의 공통점을 통해, 두 드라마가 함께 할 시즌2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 경찰을 소재로 한 드라마
‘보이스’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한 기록을 그린 드라마이고,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무전)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다시 파헤치는 드라마이다.
‘보이스’와 ‘시그널’ 모두 밀착 취재 이상의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시나리오가 작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세부적인 사항은 픽션으로 작성됐더라도 이야기가 실질적인 면을 담고 있기 때문에, 리얼리티와 디테일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을 소재로 한 범죄수사극으로, 각각의 드라마는 주인공 본인들이 직접 연관된 큰 사건들 사이에 다른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점도 볼 수 있는데, 직간접적인 사건을 펼치면서 전체적으로 하나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 여류 작가의 감수성
경찰과 범죄를 다룬 드라마는 큰 줄기의 이야기가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술해 서사적으로 흐를 수 있지만, ‘보이스’와 ‘시그널’은 여류 작가의 작품으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의 감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인 ‘싸인’을 집필하기도 한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보이스’의 마진원 작가는 사건을 첨예하게 몰고 가면서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놓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보이스’가 ‘시그널’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두 드라마의 작가도 당연히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 시청자들도 많다. 잔인한 부분의 디테일을 잘 살려 몰입도를 높인 것 또한 여류 작가의 감수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 같은 계열사의 작품, 영화 같은 드라마
‘보이스’가 방송되는 OCN과 ‘시그널’이 방송된 tvN 모두 CJ E&M의 계열 방송사이다. 작가와 감독이 다른 두 드라마이지만, 매회 영화 같은 느낌을 준 것은 CJ E&M의 분위기와 트렌드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매회 영화를 보는 느낌은 최근 종영된 tvN의 금토드라마 ‘도깨비’에서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던 느낌이다. 영화 같은 영상, 어둠 속에서의 조명 처리, 현장음과 후시녹음을 적절히 연결한 음향과 음악, 카메라 워킹 모두 드라마를 영화 이상으로 몰입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 기존의 판타지 공식을 따르지 않고, 현실 자체에서 정의를 이루는 새로운 판타지를 추구
‘보이스’가 ‘시그널’ 모두 판타지를 따르지 않은 드라마라고 보는 시청자도 있고, 오히려 더 판타지적인 드라마라고 말하는 시청자도 있다. 기존의 판타지 공식을 따르지 않고 무척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현실 속에서 현실 자체에서 정의를 이루는 판타지를 보여준다는 점 또한 공통점이다.
히어로물 영화의 경우에, 예전에는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 등장했으나, 최근 들어 인간적이면서도 실수도 하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생활형 영웅이 등장하고 있다는 추세와, ‘보이스’가 ‘시그널’가 보여준 생활 속의 판타지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 리얼한 공포, 잔인한 장면의 직접적인 노출
‘보이스’는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드라마 초반에는 한 회에 하나의 사건만 나와야 한다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혼자서는 무서워서 못 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잔인한 장면의 직접적인 노출에 의한 공포가 주는 몰입감은 ‘시그널’부터 ‘보이스’까지 이어지고 있다.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멈추지 않고 리얼한 공포까지 표현된 점은 공포 영화 이상의 효과를 줬다.
◇ 드라마 초반 주연 남자 배우의 연기력 논란
‘시그널’과 ‘보이스’는 각각 드라마 초반에 주연 남자 배우의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시그널’에서 초반부터 강한 캐릭터를 보여준 김혜수(차수현 역), 조진웅(이재한 역)과는 달리 이제훈(박해영 역)은 돋보이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오해를 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이제훈의 뛰어난 연기력에 기인한다. 이제훈은 찌질한 역을 할 때는 정말 찌질하게 나오고, 그냥 뭍이는 역할을 할 때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제 역할을 수행하는 진짜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이다.
‘시그널’ 초반에 자신을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대본의 박해영이 아닌 멋진 이제훈을 표현했다면, 드라마 속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을 수 있다. 박해영 캐릭터가 처음부터 강했더라면 무전기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가졌을 수 있다.
‘보이스’ 초반에 장혁(무진혁 역)에 대해 똑같은 톤으로 연기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는 그가 이전에 맡았던 다른 역할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에 무진혁 캐릭터가 처음부터 입체적이거나 유연성이 있었으면,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절대 청감 능력을 가진 이하나(강권주 역)가 돋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
‘시그널’이 종영된 이후 이제훈이었기 때문에 박해영 캐릭터를 리얼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장혁 때문에 ‘보이스’ 보기가 불편했다는 시청자들은 이제 장혁 때문에 ‘보이스’를 본다고 말한다.
‘시그널’이 작년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됐고, ‘보이스’는 올해 1월에 시작해 3월까지 방송될 예정이라서, 추운 겨울에 냉혹한 현실로 시작해 따뜻한 봄날의 희망을 갖고 마무리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옮겨가면서 주연 남자 배우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도 열리고 있는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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