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연출, 마진원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보이스’ 제8회는 점점 드러나고 있는 은행동 살인 사건에 대한 진범의 윤곽을 추정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납치된 장혁(무진혁 역)에게 본인이 살인 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김뢰하(남상태 역)의 대사에 대해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닌 마치 현실의 대사처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많다.
잔인한 장면에 대한 생생한 묘사, 눈을 감게 만들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몰입감, 픽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느끼게 만드는 대사는 ‘보이스’가 드라마적 픽션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무척 생생하게 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 시청자들은 왜 드라마적 대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 속 대화로 느낄까?
“대한민국에 너 혼자 경찰이야? 그러니까 너 혼자 나대지 마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너를 죽여도 덮어줄 사람이 너네 경찰서에 한 트럭이야.”라고 장혁에게 말하는 김뢰하의 대사에 대해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닌 뉴스에 제보된 녹취파일처럼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다.
시청자들은 왜 ‘보이스’의 이런 대사들을 현실 속 대사로 여길까? 실제로 납치된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이 대다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김뢰하의 대사를 현실로 여기는 시청자라면 “너,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새끼야”라는 말이 마치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보이스’에서 현직 경찰이지만 상대 세력들로부터는 언제든 제거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는 장혁의 모습을 보며, 힘없고 백없는 소시민들은 남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내가 왜 미친개인지 보여주겠다
‘보이스’에서 장혁은 자신이 왜 미친개인지 보여주겠다고 김뢰하에게 말한다. 이 말은 장혁이 시청자들에게 한 이야기이자, 제작진이 사회에 던진 메시지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장혁이 미친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보이스’ 자체가 이 시대의 미친개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16부작으로 예정된 ‘보이스’가 오늘 제9회 방송으로 후반부를 시작하는데, 은행동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고 그런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교훈, 재미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드라마의 역할을 100%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본지의 제1회 리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보이스’가 우리 시대 희망의 드라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드라마 속 대사를 현실로 느낄 정도로 강렬한 몰입을 보여주는 시청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드라마가 꼭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스’에 시청자들이 바라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는, 우리 삶에도 우리를 보호해줄 골든타임팀, 우리의 억울함을 끝까지 해소해줄 미친개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스’는 잔인한 장면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드라마이다. 작은 소리 하나라도 끝까지 추격하는 소리추격 드라마이다. 골든타임 내에 위험요소를 없애려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미친개가 범인만 잡는 것이 아닌, 사회를 바꾸는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이스’ 시청자들이 갖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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